태백산의 눈꽃산행이 너무 좋다해서 1월 중순쯤 다녀올 계획을 했었는데......
요 며칠새 올라온 태백산의 눈꽃산행 조행기들에 올라온 사진들이 너무 예뻐서 계획에 없이 급작스런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낚시로 만나서 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바루님, 플레어님과의 동출산행이었습니다.
사진부터 올리겠습니다.
산행 시작지점인 유일사 주차장에서 첫번째 표지판입니다.
천제단까지 4km
등산로 입구입니다.
입구에서부터 유일사까지 2.4km구간을 아래 그림과 같은 포장된 경사로를 따라 걸어야 합니다.
아래사진이 유일사인데, 절로 내려가는 곤돌라가 따로 설치되어 있더군요.
유일사를 지나야 비로소 산길다운 산길이 시작이 됩니다.
눈길과 상고대.....
드디어 상고대를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산행구간 중 딱 2군데 있는 나무계단.....
전날 밤에 눈이 살짝 내렸는데, 눈과 상고대가 같이 있는 모습이네요.
저 멀리 산 뒤로 구름이 보이시죠?
저런 구름은 지난 가을 갯바위에서 밤샘하고 나면 새벽에 바다 위에서 볼 수 있었던 구름인데, 아마도 동해바다 위에 핀 구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태백산 정상부근에는 이렇게 이상하게 생긴 고사목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강한 바람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멋지더군요.
천제단의 모습입니다.
정상부위에는 아래처럼 얕은 둔덕으로 된 평지가 펼쳐지는데, 여기 바람 엄청납니다.
몸이 밀릴정도의 바람이 붑니다.
정상에서 장군봉 사진을 못 찍었네요.
못 찍은 건 아니고, 장군봉에서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전부 인물사진이라 못 올렸습니다.
그래도 태백산 정상석 사진은 건졌네요.
급작스러운 동출산행 결정이 3일날 아침에 되었고,
3일밤 11시에 플레어님이 평촌역으로 나와서 저와 합류하고, 바로 성남으로 가서 바루님 태우고는 새벽 세시쯤 태백산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새벽 4시 입산시작과 동시에 등산을 시작해서 정상에서 일출을 볼 계획이었는데,
차에서 잠깐 자다보니 흐지부지......
결국 5시반쯤 일어나서 근처 열려있는 식당에서 된장찌게로 아침을 먹고 6시 반부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행 시작은 랜턴을 켜고 야간산행으로 시작했구요,
올라가다 보니 얼마 안가서 부옇게 여명이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유일사 주차장부터 유일사까지 2.4km구간은 경사진 포장도로를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이 구간이 사실 개인적으로는 태백산 등산코스 중에서는 가장 빡센 구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등산코스 중 경사진 포장도로가 이상하게 힘이 들더군요.
유일사로 내려가는 곤돌라 승강장을 지나면 비로소 등산로같은 정상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유일사에서부터 정상까지는 비교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평이한 코스입니다.
게다가 처음가는 산인데다(나머지 두분은 태백산 등반경험이 있었구요, 저만 처음....), 쌓인 눈과 상고대가 너무 이뻐서 사진 찍느라 자주 섰더니, 힘들었던 기억이 전혀 없는 쉬운 산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게 자주 멈춰서서 쉬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지인들과의 동출산행의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대했던 만큼의 강도높은 등산은 전혀 아니었구요, 저에게는 땀한방울 나지 않은 둘레길 같은 등산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산행을 시작한 유일사 주차장도 해발이 상당히 높아서....
유일사 주차장에서 처음 확인한 해발표지판이 1135m였으니 추정컨데 유일사 주차장이 약 해발 1050m.....
태백산 정상이 1567m이니 4km구간에서 해발을 517m정도 올리는 등산......
경사도 12.93%......정말 둘레길 정도의 경사도밖에는 안 나오네요.
전날밤 눈이 조금 와서인지, 눈과 상고대가 어우러진 정상 부근에서의 경치는 좋긴 좋았습니다.
다만, 저희가 참고하고 간 12월 27일자 어떤 분의 포스팅은 눈이 꽤 많이 온 바로 다음날의 산행이어서인지.....
저희가 본 경치보다 훨씬 풍성하고 꽉 찬 느낌의 설경이었고, 게다가 운해가 가득한 경이로운 풍광이었는데,
저희가 갔을때는 좀 빈약하고 성긴 설경에 운해는 아예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던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정상은 생각보다 훨씬 싱겁게 우리앞에 갑자기 나타났고,
몸이 뒤로 밀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날 태백산의 일기예보상 기온이 영하 8,9도 정도였는데.....
정상부분은 이보다 2.5도 정도 낮았을테니 영하 10도가 넘는 온도였을 겁니다.
영하 10도 이하의 온도에 몸이 밀릴 정도의 바람을 맞으니, 얼굴이 찢어지는 것 같더군요.
정상에서 마시려고 커피 한병을 챙겨 갔는데....
뚜껑을 열긴 열었는데, 정말 너무 추워서 마시지를 못하겠더군요.
정상에서 천제단, 장군봉, 그리고 처음 천제단이라고 착각했던 둥그런 구조물을 보고는 더이상 지체를 못하고 도망치듯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산할때는 아이젠 착용 필수입니다.
올라갈때는 조심해서 올라가니 아이젠 필요 없을 정도였는데, 내려올 때는 아이젠을 하고서도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꽈당입니다.
실제로 제가, 전구간에 딱 2곳 있는 나무계단에서 방심해서 뒤로 자빠졌습니다.
다치진 않았지만, 미끄러지는 걸 알면서도 어찌 할 방법이 없었고, 산행에 있어서 방심하는 순간 부상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산길에는 별 사진도 못 찍었구요,
올라갈때 보았던 그 아름답고 신비했던 상고대들은 이미 환하게 떠오른 햇빛에 다 녹아서 없어졌더군요.
참 기대가 많았던 산행이었는데.....
설경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빈약했고, 특히 운해를 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처음으로 상고대를 봤다는 것 만으로 만족을 해야 겠네요.
산은 참......
제게는 유난히 수줍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네요.
세번이나 올라갔던 지리산 천왕봉도 세번 다 거의 곰탕이었고,
덕유산도 역시 너무 늦게 올라간 탓에 상고대는 구경도 못 했었습니다.
그나마 태백산은 처음으로 제게 상고대를 내어주기는 했는데......
아직 그 어디에서도 운해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태백산은 제게는 등산강도가 너무 약했습니다.
최근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 관악산에 여러번 갔었는데, 이 온도에서도 관악산 정상에 서면 땀으로 상체가 흠뻑 젖는데.....
태백산에서는 땀 한방울 흘리질 못했습니다.
관악산보다 바람이 좀 더 강했고, 또 올라가면서 자주 멈춰선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태백산은 등산하기에 쉬운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산을 치료개념으로 행해 오는 저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산행이었고,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리산이나 덕유산에서 내려와서는 휴게소에 차를 대고 두세시간을 뻗어서 잘 정도로 지쳐서 내려왔었는데,
태백산에서 내려왔을때는 등산을 하긴 했나.....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밤잠 못자고 서너시간을 운전해서 달려간 보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제 인생 처음보는 설산, 눈꽃산행, 상고대.....그리고 지인들과의 동출산행에 의미를 두게 되는 산행이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태백산은 안 가게 될 것 같구요,
관악산 열심히 다니다.....
1월 말쯤에 거제 갈 일이 있어서 거제 가는길에 지리산에 다시 가 볼 생각입니다.
천왕봉도 좋고, 지리산은 워낙 큰 산이니만큼 등산코스도 다양하니 다른 코스로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거제 가는길에 한번, 거제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번 더 지리산을 다녀올까 합니다.
등산이란게 정말 놀라운 치유의 힘을 가졌습니다.
지난 11월 27일부터 약 25일간.....
번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공동격리를 하고 거제까지 다녀오는 바람에 등산 뿐 아니라 운동을 거의 못 했었습니다.
이 기간동안 제가 내심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이 기간 중에는 몸에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모든 사태가 다 끝나고 긴장이 풀어지고, 또 해방된 기쁨에 친구들과 두어번 술자리를 갖고나니 그동안 운동을 못 한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측의 잇몸이 아래 위 다 부어오르더니, 급기야 우측 상단의 이 하나가 부어오른 잇몸에 밀려서 이빨 한개 정도 크기만큼 밖으로 밀려나왔습니다.
입을 다물지도 못하는 건 물론이고, 튀어나온 이는 살짝만 힘주면 그대로 빠질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잇몸만 부어오른 거라면 운동 열심히 하면 다시 바로잡을 자신이 있었는데,
이렇게 입술로 체감이 될 정도로 갑자기 치열을 벗어나 밖으로 튀어나온 이빨에, 게다가 심하게 흔들리는 이를 운동으로 바로 잡을 자신은 없었습니다.
튀어나온 이는 뽑을셈 치고, 일단 죽어라 등산을 해보자 맘먹고 일주일동안 6번을 관악산 정상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태백산에 다녀왔는데.....
이제는 입을 다무는 건 물론이고, 좌우 양쪽으로 껌도 씹을 수 있을만큼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가 아파보지 않으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껌 씹는거 쉬운일 아닙니다.
튀어나왔던 이도 가장 많이 튀어나왔던 거에 비하면 반정도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고, 흔들림도 확실히 덜 해 졌습니다.
보통 이 아픈건 치과 가기 전엔 안 없어진다고들 하죠.
저는 이 지긋지긋한 치통때문에 운동을 시작했고.....
처음 걷기부터 시작한 운동이 계단타기를 거쳐 등산으로.......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이가 아픈데도 치과에 가지 않는 저를 미련하다 타박을 하지만,
제가 치과를 가지 않는 데는 사실 약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저의 치통이 한곳에서만 생기는게 아니라 계속 돌기 때문입니다.
좌상단이 아팠다가, 운동해서 가라앉히면 우하단이 아프고,
또 운동해서 가라앉히면 우상단이 아프고.....
또 가라앉아서 방심하고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 하면 또 다른 곳이 붓고......
이렇게 종횡무진 움직이며 나타나는 염증을 치과에서 잡을 수 있을까요?
가끔......
삶이 무료해지고, 거기에 치통까지 심해지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내가 만약 자살을 한다면, 그건 치통때문일거다......
그 정도로 제게 너무나 고통스럽고 오래된 고질병인데.....
이제 등산으로 어느 정도 이 고통에 맞설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인들은 또 이런말도 하더군요.
그렇게 등산하다 무릎나간다고.....
아직은 제 무릎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저도 언젠가는 무릎연골이 다 닳아서 등산을 못하게 되는 날이 오겠죠.
도가니를 택하느냐, 이빨을 택하느냐......참 우습고도 슬픈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저는 이빨을 택했습니다.
정말 도가니가 나간다 하더라도, 완전히 나가서 더 이상 등산을 할 수 없을때까지는 계속 등산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등산이, 그 어떤 치과 명의보다도 제 이를 잘 치료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릎 걱정에 등산을 못 한다면......
평생 등산을 못하게 될 건 물론.....
거기에 몸은 몸대로 이빨 뿐 아니라 저의 지병인 당뇨, 고혈압까지도 평생 가져가야 할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겁니다.
건강때문에 고통받고 계시는 분들......
무릎 걱정마시고 등산하세요.
제가 약 8개월간 강도높은 등산을 해 보니.....
무릎은 점점 강해지고,
체중이 변화되고,
몸의 모든 건강수치들이 정상범위 안으로 들어옵니다.
당화혈색소란 단어를 아시는 분들.....
당뇨환자인 저의 당화혈색소가 5.3이라면 아마 믿지 못하실 겁니다.
3개월에 한번씩 받은 정기검진에서 이번 검진에는 6.1이 나왔지만, 이번 정기검진에는 25일간의 등산을 못 한 기간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3개월 전과, 또 그 3개월 전에는 당화혈색소가 5.3 정도가 나왔습니다.
등산은 정말 놀라운 치유능력을 갖고 있고,
아주 예전의 어릴적, 젊었을때의 몸으로 돌려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상범위 안의 건강수치 외에 또 무시하지 못할 큰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등산을 하다보면, 무의식중에 걷고 있는 자신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머릿속에 아무 잡념이 없는 상태.....
이런 상태는 정말 고도의 수련을 통해서나 얻을 수 있는 상태인데,
등산을 하면 아주 자주, 또 아주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이런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라는게 기본적으로 자신을 억압하고 짓누르는 온갖 상념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저의 고혈압과 당뇨는 2012년 제가 겪은 큰 사건때문에 생겼습니다.
그 사건은 제게, 낚시가서 중간에 포기하고 나올 정도의 엄청난 스트레스를 줬었고, 결국에는 가족력에 없는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제 부모님과 아내까지도 병을 얻게 되었었죠.
스트레스를 다스리는게 건강하게 사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리고 등산은 가장 손쉽게, 완벽하게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뺏기고,
뛰는 속도가 많이 느려집니다.
등산에 적합한 걸음걸이로 동작이 변하는 것 같더군요.
외모도 많이 망가지고, 전체적으로 좀 추레하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혼자하는 등산을 거의 하는 저로서는, 대인관계에도 많은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당연히 있겠죠.
우리 나이에, 건강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등산을 처음 시작했을때는 산에 오르는 매 순간순간이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아무 고민없이 산에 오릅니다.
산에 오르는 것 말고 별다른 선택지도 따로 없구요.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월 18일 소백산 비로봉 (0) | 2022.01.18 |
---|---|
2022년 1월 14일 지리산 천왕봉 (0) | 2022.01.15 |
12월 22일 덕유산 향적봉 (0) | 2021.12.24 |
가을산행 (2) | 2021.11.06 |
7월 29일 세번째 천왕봉 (1) | 2021.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