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 4월 15일 거제에 있는 계룡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등산을 시작했으니....
이제 1년 하고도 약 3개월이 더 지났습니다.
사실은 이 글을 1년이 딱 되는 시점에 올리려고 했었는데.....
그때 이런저런 바쁜 일들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또 생각지도 못했던 몸의 변화가 오는 바람에 이렇게 석달이나 늦게서야 이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원래 올리려던 글의 취지는.....
그냥 등산예찬, 등산은 만병통치약, 마음과 몸의 병을 다스리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해법......
그리고, 등산입문자들이 모두 걱정하는 무릎 문제들......
사람의 몸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다......무릎 걱정하지 말고 등산하라......
뭐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실제로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의 저는, 위에 나열한 글의 취지와 거의 똑같은 몸상태를 가지고 있었구요....
그런데....
이 글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면서 약 한달전부터 무릎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ㅜㅜ
좌측 무릎에서만 소리가 나는데요......
딱 껌씹는 소리가 납니다. ㅜㅜ
예전에 좀 놀던 아가씨들이 껌씹을때 나던 딱, 딱......정말 딱 그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껍씹는 아가씨가 뒤에 가까이 따라오나.....싶을 정도로 껌씹는 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납니다.
한번 소리를 인식하고 나니.....이제는 이 딱딱거리는 소리가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통증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얕은 계단이나 얕은 돌틈을 올라갈때, 평지를 걸을때는 소리가 없고,
약간 높은 계단, 이 정도면 소리 좀 나겠군......하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딱, 딱 소리가 납니다.
지하철 계단 정도의 높이, 아파트 계단 정도의 높이면 여지없이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는 무릎의 연골이 소모되어 생긴 빈 공간에, 무릎이 구부러졌다 펴지면서 공기가 들어갔다 빠지는 소리라고 하는데요.....
현재 통증은 전혀 없지만, 어찌되었든 제 무릎의 연골은 이미 인지되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공극이 생겨버렸나 봅니다.
처음 이 소리를 인지했을때....좀 우울감이 왔습니다.
멀쩡할 거라 여겼던 내 무릎이 이미 망가진 거라는 생각에....
또 이제야 겨우 찾은 건강의 비법을 무릎 때문에 포기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고.....
이 소리가 들리고 나서는 등산도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딱딱거리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리고,
즐거워야할 등산, 무념무상으로 자주 저를 이끌어주었던 등산이 이 소리로 인해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올해 3월말쯤 마지막으로 우럭낚시를 다녀온 후로, 아직까지 낚시를 가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긴 하지만,
작년에는 그래도 기다리는 가을 갈치낚시가 있었고, 실제로 가을 갈치낚시를 기다리며 버텼던 것 같은데....
올해는 새로 시작한 일로 인해 가을 갈치낚시도 포기한 상황입니다.
어쩌면.....
이러다 낚시를 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낚시 10년차까지......
어떻게 하면 낚시를 끊을 수 있을까......그렇게도 찾아헤메던 방법을 드디어 찾은 걸까요....
등산때문에 낚시를 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아닌거 같구요......
아마 15년 가까이 유터낚시만 하다보니, 어쩌면 이제 유터낚시가 싫증이 난 걸수도 있을테구요.....
또 내년이면 시작될 일본 원전오염수 방류에 앞서.....스스로 먼저 정을 떼려는 무의식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약속드린대로, 일본의 원전오염수 방류가 실제로 실현되면, 블로그를 폐쇄할 것이고,
낚시를 끊는다 안 끊는다 하는 약속은 드리지 못하겠지만, 제 낚시의 기록은 그 이후로 어떤 곳에도 공유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착잡하고 절박한 마음속에서도.....
그나마 등산이 제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는데......
등산마저도 딱딱 소리를 내며 저를 밀어내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야속하더군요.
제가 처음 등산 시작할때, 장난삼아 제 등산 닉네임을 정해 본 적이 있습니다.
길막 나무늘보 좀비.....
등산 초기...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 워낙 천천히 산을 오르면서도,
저의 등산능력 체크를 위해 가급적이면 쉬지 않고 좀비처럼 산을 오르는 원칙을 가졌었는데요.....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천천히 올라가긴 하지만, 대신 거의 한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 습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스스로 지은 별명이 길막 나무늘보 좀비 였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에지간한 사람들보다는 빨리 올라가니 "길막"은 좀 의미없게 되었구요....
"나무늘보"도 역시 무의미.....
"좀비"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이제 "딱딱이 좀비"라는 별명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얼마전 좀 바빠서 약 보름정도 등산을 못 한 적이 있었는데.....
보름정도 쉬었으니 무릎에서 소리가 안 날래나.....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정말 무릎연골은 재생이 안되는 게 맞는건지, 딱 그 높이의 단을 오르면 여지없이 딱! 소리가 나더군요.
제 기분과는 관계없이 정말 경쾌하고 맑은 소리가 납니다. ㅜㅜ
처음 등산하면 무릎 나간다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 주셔서.....
무릎에서 소리가 나기 훨씬 이전부터 등산을 택하느냐, 무릎을 택하느냐.....하는 고민을 많이 하긴 했었습니다.
막상 무릎에서 이상신호가 오니,
다른게 문제가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앞으로 다가올 무릎의 완전고장이 자꾸 현실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경쾌하고 맑은 딱딱거리는 소리가 제게는 정말 신경이 곤두서게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처럼 느껴집니다.
이 소리 때문에 등산할 때....아 좋다......하는 생각이 들지를 않습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무릎을 핑계삼아 목적지까지 오르지 못하고 돌아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최근 두번의 산행을 전부 중간에서 내려와 버렸네요.
무릎소리에 대한 신세타령이 글의 방향을 이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제 무릎은 아직 통증이 없고,
등산하고 나면 몸의 모든 의학적인 수치들이 정상의 범위에서 한참 아래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등산만이 건강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구요,
다만, 이 소리 때문에 등산이 제게 주었던 즐거움을 빼앗기긴 한 것 같습니다.
한번도 산행할때 이어폰을 껴 본 적이 없는데.....
이어폰을 끼고 음악이라도 들을까.....하는 이상한 생각도 해 봤습니다.
등산 시작하고 1년 3개월 남짓......
당뇨수치와 고혈압 수치가 정상인 수준보다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제가 등산 이전에 계단타기를 시작했던 이유였던 치통도 거의 겪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치통때문에 1년중 3,4개월은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을 받았으니,
등산이 제게 준 건 단순한 건강만은 아닙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어디 한군데 불편한 곳 없이 살아 숨쉬고, 잠들 수 있다는 것.....
이런 큰 변화를 제게 준 등산인데.....
딱딱거리는 소리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주에도 두번이나 산행을 했지만,
말씀드렸듯이 소리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등산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럼 무릎을 포기한다는 것이냐면.....그것도 아닙니다.
산에 다니면서 거의 매일 보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십니다.
한쪽손에만 스틱을 들고,
구부정하게 휜 허리로 아주 힘겹게 산을 오르시는 할머니신데.....
그 걸음이 워낙 느려서인지, 제가 그 산을 갈때마다 이 할머니를 보지 못하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딱 봐도, 허리 뿐 아니라 온 몸에 이상이 있으신게 분명한데도.....
저보다도 등산을 더 많이 하십니다.
저도 이제 점점.....
무릎에서 소리만 나는게 아니라 통증도 느껴지겠죠.
무릎 뿐 아니라 더 나이들면 허리도 휘고 고개도 떨어질 테죠.
저의 몸의 변화를 정상적인 노화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만큼은 계속해서 등산을 해 볼까 합니다.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없애버릴 방법은......찾아봐야겠죠.
다행히, 아직까지는 무릎에서 나는 소리가 무지막지하게 부러질 것 같은 그런 소리는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에서 어찌 이리 이쁜 소리가 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쾌하고 밝은 소리가 납니다.
최근 두번의 산행을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온 건,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긴 했지만,
더위와 습도 때문에 어지럼증이 온 이유도 있었습니다.
여름 등산은 참 어렵습니다.
모기때문에 그늘진 곳에서 쉬지도 못하고,
탈수와 빈혈증상이 늘 따라다닙니다.
등산하시는 분들, 건강하고 즐거운 등산이 되시길 정말 바랍니다.
등산한지 1년 3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저는 등산과 제 무릎에 대해서 한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 태어나서 단 한번도 무릎을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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