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죠....
전 8백고지인 북한산은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가는데,
6백고지인 관악산 연주대는 정말 가기가 힘이 듭니다.
이유를 여러번 생각해 봤는데,
백운대는 코스가 변화가 많아서 덜 지루하고,
연주대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서 6백고지임에도 실제로 순수하게 올라가는 거리가 더 긴게 아닐까.....
암튼 관악산 좋은 산이긴 한데 연주대까지 가려고 계획만 잡으면 그때부터 스트레스와 부담에 맘이 편치 않을 정도로 제겐 힘든 산이네요.
조만간 천왕봉 갈 연습으로 오늘 제일 힘든 산을 가보자.......싶어서 연주대를 다녀왔는데요....
오늘 산행이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힘든 산행이 되었습니다.
날이 많이 더워졌죠.
그동안 산행하면서 희한하게 물을 별로 안 먹는다.....그랬는데.....
오늘 제일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갈때 1.5리터 가져갔는데, 절에서 600cc탄산음료 자판기에서 사먹고,
약수터에서 500cc 보충하고,
내려와서 편의점에서 웰치스 600cc 쳐먹고,
집근처에서 블랙커피 500cc 먹고,
집에 와서 커피 1리터 타서 마시고.....
총 4.7리터를 퍼 마셨나요?
양도 양이지만, 당뇨환자가 탄산음료에 웰치스까지 아주 난리 부르스를 쳤네요.
천왕봉 갈때는 지금보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더울텐데......
이 정도 물을 짊어지고 갈 수 있을까....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힘들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무릎이 부담이 많이 가네요.
오늘 산행하고 와서 유튜브에서 무릎 관련 동영상만 서너시간을 봤네요.
원인, 치료방법, 예방, 관련운동.....
보면 볼수록 우울해지네요.
간만에 좋아하는 취미가 새로 생겼는데.....
이걸 계속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일단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계획한 천왕봉행은 좀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산행을 너무 무리하게 한 것 같기도 하고,
지금보다 더운 날에, 지금껏 가보지 못한 높고 험한 산을 계획하는게 좀 잘 못 인것 같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천왕봉을 가려고 하는 제 마음이.....
산이 좋아서가 아니라, 허세 가득한 어떤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건 아닌지.......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반성에 가까운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릎도 무섭구요.
당분간 얕은 둔덕 위주, 북서울 꿈의 숲이나, 의왕의 백운호수로 넘어가는 계원예대 앞 언덕받이나 살살 다니면서 무릎을 좀 보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관악산 초입부터......
연주대까지 가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연주대도 못 올라가면 천왕봉을 어찌 가나.....하는 생각에 무리를 한 것 같습니다.
이제 등산 한지 두달도 안 됐지만,
산을 이기려고 하면,
또 누군가를 앞서려고 하면......
내가 반드시 지게 된다는 걸 깨우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관악산 올라가는 길에 주말인데도 사람 그닥 많지 않다고 느꼈는데.....
정상에 다 있더군요.
줄을 엄청 길게 서서 사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수고해서 이 힘든 곳까지 왔으니 당연히 사진 찍어야겠죠.
근데, 저는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보진 않았는데......
천왕봉을 꼭 가보려는 제가,
저 긴 줄의 가장 뒤쪽에서,
아무리 오래 기다린다 해도 반드시 사진만은 찍어야겠다고 고집스럽게 줄을 서 있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을 산으로 좋아하지 않고,
과시하고, 자랑하고.....
폰에 저장할 수 있는 상대로 여기는.....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 정신적으로 천왕봉에 갈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오늘은 여러가지로 우울하네요.
6월 13일 연주대.
요즘 저의 등산에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시는 분이,
제가 어제 연주대 정상까지 가면서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니,
늘 연주대 가던길인 사당역 4번 출구에서 시작하지 말고,
늘 하산하는 길인 과천 향교 쪽에서 올라가보라고 조언을 해 주시더군요.
저는 관악산을 가면 늘 과천향교쪽으로 하산을 해 와서 그 길은 아주 잘 압니다.
생각해보니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 내리막길만 계속 이어지고, 높지 않은 단차의 돌계단들이 많았던 길이었고,
하산하는 입장에서 그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다 보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끝없이 이어질 오르막길에 안스러워지곤 했던 길이었는데요.....
이 길이 어쩌면 제 스타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당역에서 시작하는 코스처럼 오르막 내리막이 여러번 반복되지 않고,
높지않은 단차의 계단이 주로 많고, (저는 계단 성애자라고들 합니다. ㅜㅜ)
옆에는 진입이 가능한 계곡이 흘러서 더울땐 세수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코스 중간에 두개의 약수터가 있어서 물을 보충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길이 어쩌면 저의 스타일에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드니.....
원래는 어제 의기소침해진 마음에 오늘은 등산을 하루 쉬려고 했는데.....
마치 정신을 차려보니 과천향교였다는 표현을 해도 좋을 만큼 정신없이 등산을 나섰습니다.
배낭안에 공연히 들어있던 판초우의, 우산, 배낭덮개 등 불필요한 짐을 빼서 무게를 가볍게 하고,
물은 1.7리터만 담아서 갔습니다.
8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정부청사역에서 출발한 시간이 10시 반.....
정말 완만하고 걷기 편한 등산로를 시작지점부터 쌍스틱으로 천천히 오르다보니,
무릎도 편하고, 스트레스도 없고.....
아.....좋다.....아......좋다.......이 생각이 몇번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자주 하산하면서 익숙해 진 길이어서, 대충 어느 정도는 진행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슴에도....
연주암에 있는 절에 가까와질 때 불경소리와 목탁소리가 들리기 시작할때는 제가 헛게 보이고 들리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빨리 올라갔더군요.
연주암에 있는 절에.....이 절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
암튼 이 절 마당에 발을 디디는데까지 한시간 10분.....
절에서 잠깐 쉬고 연주대 정상까지 올라가니 한시간 25분......
사당동 코스는 아무리 빨라도 2시간이 넘게 걸리고,
어제 같은 경우는 거의 세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과천향교 쪽 등산로는 딱 제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 스타일의 등산로가 또 한군데 더 있습니다.
청계산입구역에서 출발해서 올라가는 매봉코스.....
이 코스도 끝없이 계단이 이어지는 계단지옥이라고 불리는 코스죠.
게다가 매봉코스는 돌계단이 아니라 거의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제게는 너무나 편한 길이고,
이 코스가 너무 편해서 그 뒤로는 일부러 옥녀봉을 경유해서 가는 코스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암튼 어제 정말 등산과 무릎, 더위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또 위축이 되었었는데....
오늘 산행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된 것 같습니다.
물은 700cc 마셨구요,
산행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아져서 산 입구에서 산 김밥도 먹지 못하고, 집에 와서 먹었습니다.
땀은 여전히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오늘 산행은 힐링이 되는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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