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관악산 연주암에서 연주대로 올라가다 어지러움증때문에 두번이나 시도를 했는데도 결국 연주대를 못 올라가고 그냥 내려왔었습니다.
여름 산행이 처음인지라, 이제 여름 산행은 끝이구나......하며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었는데요....
그 뒤로 지난주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관악산, 청계산, 북한산을 다녀오며 어지러움증이 점차 나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이정도면 지리산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날씨를 검색해보니 중산리 온도가 최고기온 33도...
정확한 건 아니지만, 중산리가 해발 650미터정도....
천왕봉이 1915미터이니 중산리보다 1200미터정도 높고,
보통 고도가 100미터 올라갈때마다 기온은 0.5도정도 낮아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맞다면 중산리가 33도까지 올라간다해도 천왕봉의 온도는 중산리보다 6도정도 낮은 27도,
게다가 산행시작을 해뜰무렵부터 한다면 25도 미만에서 등산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왕봉을 다시 간다고 생각하니 또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어제 저녁 8시쯤 평촌에서 출발해서 산청휴게소에 자정 조금 넘어 도착해서 새벽 3시반까지 자고,
중산리 탐방안내소에 5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5시 2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두운데다 사람도 없어서 혼자 산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났었는데,
5시 20분쯤 되니 어슴프레하게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중산리로 가는길에 찍어본 하늘입니다.
이번에 바꾼 윙으로 찍은 사진인데, 야간사진은 벨벳 못지않게 잘 나오네요.
중산리 탐방안내소의 온도는 20도....
5시 20분 산행시작...
제 차까지 몇시간만에 돌아올 수 있을까요....
초입입니다.
아래 사진은 꽤 환하게 나왔는데,
실제 눈으로 볼때는 통천길 문 안쪽은 어두컴컴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들어가기가 좀 겁나더군요.
오늘 산행코스는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서 로타리 대피소를 거쳐 천왕봉에 갔다가,
다시 같은 코스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지난번 천왕봉 올라갈때 로타리 대피소로 올라가서 장터목 대피소 쪽으로 돌아 내려왔는데,
내려오는 길이 너무 길어서 좀 지쳤었거든요.
이번엔 최단거리로만 이동, 등산 5.4km, 하산 5.4km, 합이 10.8km의 산행입니다.
로타리대피소 코스는 해발 1400미터를 넘어서면 가끔씩 바깥 전경이 보이는데요,
올라갈때는 생각보다 뷰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천왕봉에 거의 도착할 무렵부터 갑자기 안개처럼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역시 오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ㅜㅜ
지리산은 그냥 제 개인적인 느낌에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산이라 여겼는데.....
갈때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보여주니,
부끄럼 많이 타는 아저씨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연일 평상시엔 보기 힘든 풍성한 구름이 늘 눈에 보여서, 천왕봉만 올라가면 장관을 목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정말 아쉬웠습니다.
일기예보상으로 분명히 맑은 걸 확인해서.....일단 좀 기다려보기로 하고 한쪽 구석에 앉아 늦은 아침을 먹었습니다.
평촌 집 근처 김밥맛집에서 김밥을 사갔는데,
김밥이 잘 상한다고 해서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같이 넣어서 보관했다가 산행할때도 얼음물과 같이 비닐봉투에 넣어서 가져올라갔는데,
다행히 상하지는 않았는데, 너무 차갑더군요.
그래도 맛집 김밥이라 그런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김밥을 먹는동안, 사람들이 하나둘 정상에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하늘이 잠깐씩 개일때마다 와~하는 탄성이 들려오더군요.
그럴때마다 잽싸게 일어나서 사진을 찍곤 했는데,
몇몇 사진을 건지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조망 역시 기대보다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얼어죽는 줄 알았습니다.
휴대폰에 찍힌 온도가 기상청에서 따오는 건지, 아님 실제 기온을 체크해서 표시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상에 있을때 내내 19도가 찍히더군요.
제가 몇년전부터 찬바람을 쐬면 두드러기가 생기는데,
오늘 찬바람에 두드러기가 여기저기 날 정도였습니다.
저는 등산을 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여름 휴가때 산에 가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었는데,
오늘 직접 경험해보니 여름휴가를 산으로 가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말 시원했고,
걱정했던 일사병이나 뙤약볕, 어지러움증, 탈수증상......???
오히려 추워서 두드러기가 나고, 파카가 있었다면....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올라갈때는 물도 1리터정도밖에 안 마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삼복더위에도 천왕봉 올라갈때 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번에 법계사를 못 가봐서 이번에는 법계사를 구경해 볼까 하고 들어가 봤는데요....
제가 요즘 기독교 신자인데도 불구하고,
교회는 가본지 1년이 넘은 것 같은데, 절은 일주일에 거의 서너번은 빠지지 않고 들르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법계사는 다른 절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더군요.
법계사 안을 샅샅이 둘러본 건 아닌데,
경사진 부지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입구부터 꼬불꼬불한 길을 통해 진입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이런 구조때문에 선뜻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입구 초입의 첫번째 꺾어진 길 모퉁이에 두 남자분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두분다 스님인지, 스님한분에 일반인 한분인지는 잘 못 봤는데,
왠지 그 모퉁이를 돌면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물어볼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절인데, 구경하러 왔습니다......하기는 좀 이상한 것 같고.....
그렇다고 기독교 신자인 제가 예불드리러 왔습니다......하기도 이상하고......
결국 첫 모퉁이를 돌아보지 못하고 정면에서 높은 부지위에 살짝 보이는 법당같은 건물 사진 한장만 찍고 돌아나왔습니다.
제가 가본 다른 절들, 관악산의 연주암이나 청계산의 청계사....등은,
절의 입구에 들어가면 확 넓어지는 시야에 제가 대충 입구에서부터 저의 동선을 눈치 안보이게 움직일 수 있었고,
또, 제가 기독교 신자인데도 불구하고 사찰이 주는 경건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참 좋고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었습니다.
법계사를 못 들어가 본 건 좀 아쉽긴 한데,
저는 이렇게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는 절들이 좋더군요.
왠지 차가 갈 수 있는 절은 속세에 속해있는 것 같고,
차가 아예 갈 수 없는 절들이 정말 종교적인 경건함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봤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차가 못 들어가는 곳이 없죠.
교회마다 주차장확보에 온 힘을 기울이는 걸 보면,
사실 좀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요즘 절에 자주 가다보니, 종교적인 부분에 대해 이전보다는 좀 더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들어가 보지 못한 높은 곳에 위치한 법계사의 한 법당입니다.
아래 사진은 차를 타고 단성IC로 가는 길에 찍어본 하늘입니다.
이때가 시간이 정오무렵이었는데.....
다음 천왕봉 등반은 11시쯤 천왕봉에 도착할 수 있게끔 계획을 잡고 올라가봐야겠습니다.
밑에서 봐도 아름다운 이 구름들을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산하고 나면 꼭 이 생각이 나네요.
오늘 동영상을 몇개 찍어봤는데요....
제 거친 숨소리가 너무 적나라하게 들어간 것도 있고,
윙의 짐벌카메라 기능을 사용해서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이 흔들렸더군요.
그래도 혹시 지리산의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싶으시다면 한번 구경해 보시지요.
마지막계단에서 정상석까지 무빙입니다.
아주 잠깐 보여줬던 운해비슷한 영상입니다.
하산길에 만난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하는 다람쥐
오늘 산행은 총 7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번보다 한시간이 줄긴 했는데,
올라가는 시간은 똑같이 3시간 40분 걸렸습니다.
내려오는 길의 코스가 바뀌어서 한시간 줄어들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로타리 대피소 코스가 최단코스라 그런지 경사가 심해서,
내려올때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번에 장터목 대피소 코스로 내려올때는 무릎의 무리보다는 내려오는 길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계속 무릎이 좀 불편했습니다.
무릎이 아팠다고 인정하기는 좀 싫구요,
아무래도 경사가 쎈 높은 단의 길을 내려오다보니 충격이 좀 더 심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어쩌면 목요일쯤 천왕봉을 한번 더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름이 모습을 완전히 갖추는 정오무렵 근처에 천왕봉에 도착하는 계획을 세워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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