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에 거제에서 출발해서 번동에 왔습니다.
20일인 오늘은 아침에 일찍 아버님 병원 스케쥴이 있어서 병원 다녀오고,
병원 끝나자마자 산행하려고 집에서 나왔습니다.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백운대.....
사실 백운대는 제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거의 매일 올라갔던 추억의 산입니다.
백운대가 제가 알기로는 경기, 충청 쪽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알고 있어서,
원래 계획은 백운대보다는 비교적 얕은 수락산이나 도봉산을 먼저 가보려고 했는데요....
부모님 댁에서 나올때까지 목적지를 못 정하고 있는데, 백운대가 너무 가보고 싶더군요.
중학교 2학년때면 제가 15살때......
지금으로부터 무려 37년 전이네요.
인터넷으로 차편을 찾아보니, 예전에 알던 버스번호는 하나도 안 보이고,
노선은 같은데 번호와 색이 달라진 버스들이 검색이 됩니다.
미아사거리에서 120번을 타고 우이동 종점까지......
우이동에 중학교때 친했던 친구가 살아서....버스 타고 가면서 정말 옛추억들이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친구는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오늘 피곤해서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감상적인 얘기들은 여기서 얼른 접고.....
사진 위주로 글 올리겠습니다.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내린 시각이 11시 30분....
길은 완전히 새로워져 있네요.
조금 올라가니 못보던 만남의 광장 공원과 안내판들이 나오네요.
하긴....근 40년만에 와보는 거니, 그때 모습이 그대로 있는게 더 이상하겠네요.
백운대로 가는 안내판.....
이 데크길 잘 해 놨네요. 계곡을 따라 가게 되어 있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저 중2때도 국립공원이었는지.....잘 기억이 안 납니다.
계곡물 진짜 맑구요.
계곡에 청둥오리 한마리.....예쁘네요.
물이 왜 이리 맑은가 했더니, 계곡보호구역이라 계곡쪽으로 아예 출입이 금지 되어 있습니다.
예전엔 여름이면 이 긴 계곡 가득히 피서객들이 텐트를 치고, 고기 구워먹고 난리가 아니었었는데....
이제는 우이동 계곡에서의 피서는 다시 경험해 보지 못할 추억이 된 거 같습니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데크길인데요....
이 데크길 정말 편합니다.
쿠션이 정말 좋아요.
물색으로 봐서 수심 꽤나 나올듯한 계곡인데.....
여길 이제는 들어가 볼 수 없다니 참 아쉽네요.
백운대 3.5km.....
얼마전에 연주대 4.2km 무시하고 올라갔다가 큰 코 다친적이 있어서 그런가.....3.5km 보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우측이 인수봉, 좌측이 백운대입니다.
아래 사진은, 옛날에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찍어봤습니다.
예전엔 이 길을 그냥 아스팔트 길을 타고 올라갔었는데, 이제는 아스팔트 길 옆으로 데크길이 잘 되어 있어서 훨씬 덜 힘든 느낌입니다.
아래 자비무적이라고 쓰인 비석도 기억이 나네요. ^^
오늘 정말 옛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다 변했는데, 저 비석들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만물일체, 천지동근.....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데크길.....
발이 정말 편하네요.
이 데크길도 한쪽은 그냥 길, 한쪽은 계단으로 꾸며놔서 편한 길을 선택해서 갈 수 있더군요.
이 석불상도 예전 그대로.....자리를 지키고 있었네요.
예전 도선사 주차장입니다.
처음보는 건물.....백운대 탐방 지원센터.
자, 드디어 산행이 시작이 됩니다.
예전에도 이런 돌계단이 있었나.....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어쨌거나....이 돌들....이 흙들이....
제가 40년 가까이 이곳 저곳을 떠돌며 어렵게 어렵게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오는 와중에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네요.
첫번째 이정표입니다.
백운대까지 1.8km....얼마 안 남은 느낌입니다.
해발 440m 포인트.....
백운대가 800m가 넘는걸로 들었는데.....헐....아직 반 조금 더 올라온거네요.
참 돌계단 잘 만들어 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다니던 그 예전에는 이런 돌계단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국립공원으로 승격하고 나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만들어진 듯 싶네요.
백운대 등산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친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루재 포인트....
여기서부터 잠깐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하루재에서 바라본 인수봉.....
백운대는 인수봉 뒤에 숨은건지 보이지 않네요.
산 중턱인데도, 이리 친절하게 데크길이 또 이어집니다.
이것도 처음보는 건물입니다. 북한산 국립공원 특수산악 구조대 사무실....
인수암......이게 옛날에 있었는지....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주말에는 무료로 국수를 제공하는 모양입니다.
암자는 허름한데.....이런 조건없는 무료 나눔......종교적인 경건함이 느껴집니다.
인수봉이 가까이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인수봉 정상에 저 특이한 바위를 스핑크스 바위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저는 왜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떠오르는지....
개인적으로는 참 자신있는 계단....
근데 여기 계단 참 길더군요. 중간에 한번 잠깐 멈췄습니다.
해발 609m, 6백고지에 올라섰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건물....백운산장입니다.
예전에는 이 건물은 없었던 것 같구요, 여기가 약수터였던 건 기억이 납니다.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ㅜㅜ
백운의 혼.....이 비석도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백운대 0.2km.....다 온 거 같네요.
엥.....?
아까 백운산장에 걸려 있던 거리표기는 잘 못 되어 있었나 보네요.
여기서부터 500미터...
가파른 바윗길이 시작이 됩니다.
옛날에는 옆에 줄이 굵은 동아줄이었는데, 지금은 쇠줄로 바뀌었습니다.
아, 여기는 기억이 납니다.
여기가 북한산성의 한 출입문이라죠.
가운데 서 있으면 바람 대박 시원합니다.
전망도 좋구요.
해발 700미터 근방인데, 계단이 있네요.
정말 북한산 백운대 등산로는 잘 해 놨습니다.
계단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암벽...
여기부터는 스틱이 오히려 짐이 됩니다.
여기부터 정상까지는 스틱은 접어서 가방에 넣고, 두손을 모두 써서 올라가는게 안전합니다.
해발 783m, 이 포인트만 해도 최근에 올라온 곳 중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네요.
마지막 계단....
여기서부터는 옛날에 지나다니던 기억이 다 나더군요.
우측으로는 꽤 깊은 절벽입니다.
정상부분에 있는 삼각산 안내....
삼각산이 다른 산이 아니라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세 봉우리를 합해서 부르는 이름이라는 거.....
옛날엔 알았겠지만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드디어 백운대 정상.....
해발 836m.....
최근 올라갔던 산들보다 최소 200미터 이상 높아서인지, 전망이 다릅니다.
아래 좌측에 내려다보이는게 인수봉입니다.
멀리 한강도 보이고, 에지간한 곳은 다 보이는 위치일텐데, 제가 방향치, 길치라 어디라고 설명을 자신있게 드릴 수가 없네요.
내려다보이는 전망의 싸이즈가 그동안 봐 오던 전망과는 압도적으로 달랐습니다.
정상부위에 꽤 오래 있었습니다.
정말 내려가기 싫더군요.
조만간 또 와 보겠지만, 쉽게 눈을 떼기 어려운 장관을 뒤에 두고 내려오는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하산할때는 암벽 구간은 거의 네발로 내려오고,
요즘 부쩍 불안불안해진 제 무릎 보호를 위해서 스틱을 두개를 다 사용해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데크길에 설치된 우이구곡 사진을 다 찍어보려고 했는데....
제 1곡은 어딘가에서 놓친것 같네요.
게다가 사진에 보이는 실제 전경이 바로 밑에 펼쳐져 있을텐데, 숲이 우거져서 실제 전경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이 너무 맑으니, 아예 물이 안 보이네요. ㅜㅜ
6곡에서 9곡도 안 보이더군요.
산행을 다 마치고 버스정류장 가는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서 먹는데, 위로 산 정상이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가장 우측이 인수봉, 우측에서 두번째 봉우리가 백운대인데....
백운대가 가장 높은데 각도 때문인지 인수봉이 가장 높게 보이네요.
사진 중앙에 보이는 백운대, 인수봉을 포함한 대여섯개의 봉우리들......
멀리서 보면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누워있는 사람 전체의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저 모습을 대학다닐때까지 매일 매일 보면서 자랐습니다.
올라갈때 두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데까지 총 4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제가 중2 여름방학에 백운대를 매일 오르면서, 마지막날은 한시간 안쪽으로 끊은게 기억이 나는데.....
저는 그 한시간을 왕복하는데 한시간으로 기억했는데,
오늘 올라가보니.....제 스스로, 설마 여길 한시간에 왕복을 했겠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뭐 상관있나요.....한시간만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코스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백운대가 관악산의 연주대보다는 쉽게 느껴집니다.
버스정류장부터 도선사 주차장까지.....워낙 길이 잘 되어 있어서 편하게 올라갔는데, 사실 도선사 주차장도 해발이 꽤 되는 포인트입니다.
그러고 나면 그냥 난이도 중상의 잘 되어 있는 돌계단, 나무계단을 올라가다....
막판에 스퍼트로 급경사의 암벽을 줄을 잡고 올라가는데......
이게 생각보다 덜 지루하고, 덜 힘들었습니다.
관악산의 연주대는 북한산 백운대보다 200미터나 낮은 산이긴 하지만,
봉우리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시 봉우리를 올라가는 과정이 한눈에 다 들어오면서 사람 기를 팍 죽이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악산도 계단이 잘 되어 있긴 하지만,
너무 끝이 아득하게 보이는 계단인지라 역시 기가 많이 죽는 면이 있는데,
백운대 등산코스는 계단, 돌계단, 흙길 등이 제 기준에 참 적절하게 어우려져 있어서,
연주대에 비하면 훨씬 덜 힘들고, 심리적인 압박도 덜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등산코스 전체를 아우르는.....등산객들을 배려한 온갖 친절함들.....
데크길, 잘 다듬어진 돌계단, 군데군데 꼭 필요한 자리에 있는 손잡이들......
마치....산이 제게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산은 좀 험하지만, 네가 올라오기 어렵지 않게 최선을 다했어.
무엇보다,
37년전 매일매일 올라갔던 곳이니만큼,
제겐 그만큼 추억의 장소이고, 정도 많이 들었던 산이라....심리적인 안정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하산하고 집에 와보니, 피곤의 강도는 역시....연주대만큼이나 엄청나게 피곤하고 힘드네요.
오늘.....
정말 너무나 오랫만에 정들었던 어릴 적 산을 다녀와서,
너무나 맘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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