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은 이제 다시는 안 갈 생각입니다.
산행을 위한 대중교통부터 하산하는 순간까지 단 한가지도 마음에 드는 점이 없었던 산행이었습니다.
제 잘못도 일부 있었지만, 이리 불친절한 산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산행 후 나침반과 헤드랜턴을 소지해야 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오늘도 오후에 시간이 나서 산행을 시작한게 두시 반이 넘어서였습니다.
미아사거리에서 노원까지 4호선을 타고 이동한 후 7호선으로 갈아타고 장암역을 가는데,
처음 전철이 오길래 암생각 없이 타고 가는데, 도봉산이 종점인 전철을 탔네요.
7호선은 유난히 전철의 창이 크고 넓어서 밖에 보이는 풍경이 참 좋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참 좋았습니다.
도봉산에서 내려서 장암가는 전철을 기다리는데, 세대 연속 도봉산행.....
가뜩이나 늦게 출발해서 맘이 급한데, 겨우 한정거장 더 가야하는 장암역 가는 전철이 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냥 도봉산이나 갈까.....그러고 있는데 장암행 전철이 들어옵니다.
다음에는 코스를 수락산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알아봐야겠다고 맘을 먹고 출발.....
하나뿐인 출구로 나와서 멀리 보이는 산이 수락산이겠거니....하고 한컷.
그런데 어디를 봐도 등산로가 어딘지를 모르겠네요.
횡단보도에 등산배낭을 매신 분이 있어서 산행 시작도 전에 질문 시작......
일단 가는 방향을 물어보고 감사 인사를 한 후에 좀 바쁘게 걸어봅니다.
한참 걸어올라가는데, 정면 50미터쯤에서 왠 어르신 한분이.....
이쪽은 길 없어요.....그러시네요.
산행 시작도 안 했는데, 빠꾸......
아까 어르신이 계곡 따라 올라가라고 하셔서 계곡까지 다시 내려와서 재출발했습니다.
수락산은 국립공원이 아니라, 계곡이 출입금지는 아닌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화기를 쓸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 그런지 계곡물은 역시나 엄청 맑습니다.
다음에 시간 여유를 갖고 오면, 하산길에 계곡에 발도 좀 담그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석림사라는 절이 있는데, 역시 시간이 없어서 그냥 패스....
지도가 있는데, 이것도 사진만 대충찍고는 바로 패스.....
지도라도 잘 보고 갔으면 오늘 산행이 좀 나아졌을까요?
등산로 초입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경사진 평지가 이어집니다.
석림사의 우측으로 접어들면 계곡을 따라가면서 산행이 이어집니다.
표지판이 거의 없었지만, 이때만 해도 하산하는 분들이 좀 있어서 길을 찾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산행 전에 블로그에서 수락산 산행기 몇개를 검색해서 봤는데....
기차바위라는게 밧줄을 타고 올라간다는 정보를 얻어서,
오늘은 아예 스틱을 안 가져왔습니다.
왠지 어제 백운대 우중산행에서 느꼈던 자유로움을 또 느껴보고 싶어서 배낭도 안 매고,
배낭을 안 가져가려니 밧줄 탈때 스틱을 보관할 방법이 없어서 아예 스틱도 포기하고 갔었습니다.
첫번째 타겟을 기차바위로 잡고 올라갔는데, 여기서부터 패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락산 중턱까지는 계속 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계곡에서 가끔 멀어지긴 하지만, 결국 계곡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산행 길 옆으로 꽤나 풍성한 계곡물이 흘러내려오는게 보기가 좋더군요.
수락산이라는 이름이 아마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물이 떨어지는 곳 옆으로 등산을 한다하여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기도 계단이 있긴 한데, 사실 뭐 계단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래 표지판을 보고.....
정상에 올라가는데 두갈레로 갈라지고 한쪽은 깔딱고개라면, 당연히 깔딱고개라는 살벌한 표지판쪽을 선택하진 않겠죠?
저도 주봉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여전히 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어느 순간 계곡과 멀어지면서 경사도 점점 쎄지네요.
보통길이 이 정도면 깔딱고개는 도대체 얼마나 심한 경사일까.....생각이 들었습니다.
깔딱고개는 아닌데 에지간한 깔딱고개보다 훨씬 힘든 경사길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나타나는 표지판......
기차바위 쪽으로....
이쯤에서야 전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좌측은 기차바위인데, 우측은 정상.....
제 머릿속엔 기차바위를 밧줄타고 올라가야 정상이 나오는데....어째야 할까요.....
암튼 제가 알고 간 코스는 기차바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차바위 쪽으로 갔습니다.
기차바위로 가면서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있어서 다음에 올때 알아보기 위해 한컷.....
기차바위 경사가 쎄긴 한가 봅니다. 우회로를 이용하라는 안내표지판이 다 있네요.
그런데......
제가 온 방향이 주봉 가는 방향인데, 기차바위는 여전히 좌측입니다.
이때부터 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암튼 기차바위 근처까지 가봤는데......
헐......내려가는 길만 있네요.
제가 이미 기차바위를 다른 우회로로 통과한 거였나 봅니다.
기차바위 앞에서 한참을 멍때리고 있다가, 다시 온길로 빠꾸......
아까 정상까지 거의 다 간 거였는데, 기차바위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한참을 하산을 하다가 다시 올라간 셈입니다.
뭐, 제가 워낙 길눈이 어둡고, 방향치, 길치이니.....제 잘못이라 생각하고 정상에 올라갑니다.
정상석 앞에 아이스크림과 음료 파시는 분이 있네요.
어제 백운대에서 너무 멋진 전경을 봐서 그런지, 수락산 정상에서의 전경은 그닥......
시간이 얼마 없어서 정상에서 사진 몇장만 찍고는 바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올라올때 너무 경사가 심한 길을 올라와서, 스틱도 없이 그 길을 다시 내려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이 되서 기차바위에서 밧줄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까 한번 갔던길을 다시 돌아가 기차바위로 갔습니다.
기차바위 상단에서 내려다보는 아래는 아찔할 정도로 높긴 한데.....
사실 높이가 좀 있어서 그렇지 경사 자체는 밧줄이 없어도 그냥 접지력 좋은 신발만 있다면 탈 수 있을 만한 경사입니다.
그래도 처음엔 좀 긴장이 되서 밧줄을 있는 힘껏 잡고 내려오는데,
금방 적응이 되고 밧줄에서 힘을 빼도 그냥도 내려갈 만 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하필이면 밧줉타고 내려오는 중간에 전화가 연달아 세통이 와서 밧줄타다 말고 통화도 다 하고.....
첫번째 밧줄을 타고 내려오면 보이는 바위.....
포토존인거 같은데, 이 시점부터 사람을 보지를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너무 늦게 산행을 시작해서 이미 다 다녀간 모양입니다.
두번째 밧줄....
사진을 더 찍은 것 같았는데, 이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네요.
세번째 밧줄까지 타고 내려와서 얼마 못가 표지판을 만났는데,
지금 내려온 방향은 표시가 없고,
내려온 방향 우측은 기차바위, 좌측은 기차바위 우회로, 그리고 내려온 방향의 반대방향은 무슨무슨 봉이라고 써 있더군요.
하산하는 사람은 이 표지판을 보고 어느쪽으로 가야할까요?
전부 올라가는 방향의 표시만 있으니 난감해 집니다.
난감한 것 뿐 아니라 이때부터 고생고생 생 고생이 시작이 됩니다.
그 네갈래길에서 순서대로 한쪽씩 다 가봤는데, 가다보면 기차바위가 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길은 막다른 절벽이 나오고......
게다가 제가 요즘 애용하는 카카오맵에서 내위치를 검색하면,
네갈래길 어느방향으로 움직여도 장암역의 반대편으로만 움직이게 되네요.
귀신에 홀린 것 같은 느낌......
하산할때는 이미 체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인데,
게다가 시간이 촉박해서 맘은 급하고.....
한시간 반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고, 이쪽으로 갔다 다시 올라오고....
그렇게 갈 수 있는 모든 방향의 길을 다 갔다가 다시 표지판 앞으로 돌아오다가.....
그러다 갑자기 길을 찾게 되었는데.....
다시 거기 갔다놔도 제가 어떻게 길을 찾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녁 7시까지는 부모님댁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미 여기서 5시반.....
내려오는 길을 어찌 내려왔는지 사진 한 장 찍지 못했구요,
그리고 이미 이 시점 한참 전, 길을 헤메기 시작할 때부터 제 맘속에는, 이제 수락산은 다시는 안 오겠다는 맘이 굳어있었습니다.
이렇게 불친절한 산이 또 있을까요......
오늘 고생 고생, 몸고생, 맘고생 있는대로 다 했습니다.
운동량은 많았을지 모르지만,
제가 요즘 등산에서 어떤 즐거움 같은 걸 막 느끼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렇게 불쾌하고 기분 나쁜 산행은 처음이었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길을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많이 불안하기도 했구요,
정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약 두시간 가량을 사람한명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부모님 댁에 8시쯤에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수락산 산행을 계획하시는 분이라면,
산행 전 반드시 코스를 확실히 확인을 하시구요,
가급적이면 올라간 길 그대로 내려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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